이재명 대통령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신청을 연내에 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10월 8일 서면 브리핑으로 전한 내용이고, 시한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브리핑에 따르면 대통령은 “농어민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9월 28일 공개한 잠정 분석은 발효 후 15년간 제조업의 연평균 생산파급효과가 6조3,000억~6조7,000억 원 늘고,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약 8,500억 원 줄 것으로 추정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관련 부처에도 “시한을 정해 놓기보다 진정성을 갖고 농어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틀 앞선 6일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정부는 애초 연내 신청을 목표로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CPTPP 관계장관 회의에서 가입 문제를 최종 논의할 계획이었다. 브리핑은 신청을 접는다고 하지 않았다.
산업연구원은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기준으로 제조업 기반 생산파급효과가 6조3,000억~6조7,000억 원 늘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기반은 1조1,000억~1조2,000억 원이다. 생산파급효과는 관세 변화로 제조업과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새로 유발되는 생산을 뜻하며, 이익이나 부가가치와는 다른 개념이다.

반대편에는 감소 추정이 놓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생산이 연평균 7,100억 원, 임업이 606억 원 줄 것으로 봤다. 수산업 감소분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817억 원으로 추정했다. 세 항목을 더하면 연평균 8,523억 원이다.
성장 효과를 보는 지표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협정 발효 10년 후 실질 GDP가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0.3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증가율이 아니라 10년간 누적된 효과다.
정부는 이 숫자들에 단서를 달아 뒀다. 분석은 “일정한 가정에 따라 경제분석 모형으로 추정한 잠정 전망치”이고, 실제 영향은 협상에서 정해질 품목별 개방 수준과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역내 공급망 참여가 넓어지는 효과는 수치에 들어가지 않았다. 통상 공청회 때 공개하던 분석을 이번에는 앞당겨 내놓았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사정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10년간 1조 원 조성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민간이 낸 돈은 3,200억 원이다. 정부는 부족분 약 7,000억 원을 재정으로 메우기로 했고, 2027년 예산에 기금 첫 정부 출연금 2,000억 원을 넣을 방침이다. 다만 이 돈은 기금 부족분을 메우는 몫이다. 9월 28일 분석 발표에 별도 보완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는 설득의 방식부터 달라야 한다고 본다. 정 대표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이제는 스마트 농업 도입과 기업화 등 농업 구조 전환과 소득 보전의 패키지로 농심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얼마 주느냐보다 농업의 틀을 어떻게 바꿔 줄 것이냐를 묻는 셈이다.
기다리는 동안의 비용을 짚는 견해도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유럽연합(EU)까지 참여해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하면 한국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지적도 결이 비슷하다. 그는 다자주의 무역 질서가 퇴조하는 상황에서 소다자주의 무역 협상 체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PTPP는 2018년 출범해 일본·캐나다·호주·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은 2013년과 2021년에도 가입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가입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고 심사에 2~3년이 걸린다.
한쪽은 손실이 몰린 농어민을 어떤 틀로 설득할지를, 다른 쪽은 협상 밖의 질서가 움직이는 동안 치르게 될 비용을 말한다. 득실의 방향과 규모는 정부 잠정 분석으로 제시됐고, 남은 것은 설득의 방식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관련 부처에 시한을 정해 놓기보다 농어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대화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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