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으로 말아 둔 5만 원권 지폐 뭉치. 자료사진

LG CNS·체인링크 원화 스테이블코인…발행 근거 법은 어디까지

LG CNS와 블록체인 오라클 기업 체인링크(Chainlink)가 현지시간 10월 22일(한국시간 23일 새벽)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유통 확대를 내건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계약 금액과 출시 일정, 참여 은행은 공개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정부안이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협력은 기술 표준과 인프라를 다지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10월 초 업무협약 5곳 중 하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공식화

보도자료에 적힌 협력 영역은 LG CNS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솔루션에 체인링크의 크로스체인·데이터·오케스트레이션 인프라를 결합하는 일, 한국 디지털자산 경제의 기술 표준을 함께 정의하는 일, 한국 기관용 솔루션의 오라클·상호운용성·크로스체인 표준을 세우는 일이다. 체인링크 인프라 통합은 현재 추진 중인 단계로 적혀 있고, 어느 블록체인을 대상으로 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파트너십에 앞서 밟은 단계가 있다. LG CNS는 10월 6일 은행·증권사·카드사·결제사를 겨냥한 블록체인 인프라 플랫폼 KITL을 내놓으면서 서클(Circle)·시큐리타이즈(Securitize)·캔톤 파운데이션(Canton Foundation)·체인널리시스(Chainalysis)·체인링크 5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KITL은 전자지갑, 거래 처리, 수수료 대납, 거래 데이터 수집을 맡는 플랫폼으로, LG CNS는 프로젝트 한강 실거래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2일 발표는 그때 협약을 맺은 다섯 곳 가운데 한 곳과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보도자료에서 LG CNS 디지털비즈니스사업부장(부사장)은 한국의 금융 인프라가 “토큰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한 상호운용성과 실물 데이터를 제공해 토큰증권 시장의 성장을 앞당기겠다는 설명도 붙였다. 협력 범위가 스테이블코인에서 그치지 않고 토큰증권까지 닿아 있다는 뜻이다.

보도자료는 한국 시장 규모도 함께 소개했는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크기를 보여 주는 숫자는 아니다. 보도자료가 근거로 단 금융당국 실태조사를 보면 2025년 말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 개로 6월 말 1,077만 개보다 3% 늘었다. 거래소 계정 수라 중복이 있을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를 따로 센 숫자도 아니다. 같은 기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95조 1,000억 원에서 87조 2,000억 원으로 8% 줄었다.

발행자가 아닌 연결 인프라, 프로젝트 한강 주 사업자의 자리

오라클은 가격이나 준비금처럼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크로스체인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서 자산과 메시지를 옮기는 기술이다. 둘 다 코인을 찍어내는 쪽이 아니라, 코인이 오갈 길을 깔아 주는 쪽에서 쓰는 도구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발행자와 인프라 제공자는 역할이 다르고, 법이 주로 규율하는 쪽은 발행자다. LG CNS는 후자 쪽에 서 있다.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의 주 사업자로서 1단계에서 은행 7곳, 고객 약 8만 명이 참여하는 환경을 맡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단계는 올해 3월 29일 은행 9곳이 착수했다. 그동안 쌓은 이력도 발행자가 아니라 인프라 공급자로서의 것이다.

정부안은 아직 국회 밖, 금융위원장 ‘막바지 협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을 “이미 준비해 놓았고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나흘 뒤인 10월 22일 정무위에서도 답은 “막바지 협의 중”이었고, 최대한 빨리 협의를 마쳐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국감이 두 차례 지나도록 정부안은 국회에 넘어오지 않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과 해태상. 자료사진
국회의사당과 해태상. 자료사진. Pixabay

9월 말 거론된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고, 입법의 무게중심은 11월 법안소위로 옮겨 갔다. 법안소위는 상임위원회 안에서 개별 법안을 먼저 따져 보는 소위원회다. 금융위 서나윤 가상자산과장은 9월 22일 국회 세미나에서 정부안 제출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이미 의원 발의안이 있어 11월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행 50%+1 요건은 미확정, 남은 쟁점은 발행 주체

쟁점은 누가 발행하느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12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은행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은행 지분 50%+1 기조를 밝혔다. 반면 금융위는 2025년 12월 1일 보도설명에서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 허용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기조는 나왔지만 아직 조문으로 굳은 단계는 아니다.

핀테크·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지나친 은행 중심주의가 혁신을 막는다는 반발이 나온다. 금융연구원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은 5월 9일 보고서에서 핀테크 발행을 허용하되 준비금 관리 의무와 건전성 규제를 함께 묶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력이 발행 단계로 넘어가려면 누가 발행하는지를 조문이 정해 줘야 한다. 정부안이 언제 제출되는지, 은행 지분 요건이 조문에 어떻게 담기는지가 나와야 발행 주체가 가려진다. LG CNS 같은 인프라 사업자가 맞을 실제 고객도 그때가 돼야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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