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쓰이는 초·중등 교실의 빈 책상과 칠판. 자료사진

교부금 7.2조 증가인가 2,259억인가…기준이 다른 세 숫자

정부가 9월 3일 국회에 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떼어 주던 연동을 없애고 새 산식을 도입한다. 교부금은 국가가 17개 시도교육청에 나눠 주는 초·중등 교육 재원이다. 10월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개정안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쟁점이 된 숫자부터 하나가 아니다. 정부는 2027년 교부금 78조8,718억 원이 올해보다 7조2,031억 원 늘었다고 하고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는 ‘실질 순증’이 2,259억 원뿐이라고 주장한다.

78조8,718억 원 하나에 증가액 셋, 무엇과 비교했나

두 숫자는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뺄셈의 기준이 다르다. 7조2,031억 원은 교육부 2027년 예산안의 교부금 78조8,718억 원에서 올해 본예산 71조6,687억 원을 뺀 값으로, 증가율은 10.1%다. 교육감협은 같은 78조8,718억 원에서 추경까지 반영해 올해 실제로 내려간 교부액 76조4,381억 원을 뺐다. 그러면 2조4,337억 원, 증가율은 3.2%로 줄어든다.

2,259억 원은 여기서 한 번 더 나아간 계산이다. 교육감협은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일몰, 고교무상교육 국비 축소, 보전재원 일몰처럼 다른 교육재원에서 줄어드는 몫을 2조4,337억 원에서 빼고 나면 0.3%만 남는다고 추산했다. 교육감협 자체 산출이며 교부금 총액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항목이라는 게 이쪽 논리다.

2027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액 비교 기준별 차트: 본예산 대비 7조2,031억, 추경 대비 2조4,337억, 순증 추산 2,259억
자료: 교육부 2027년 예산안(9월 1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산출(9월 16일)

기준만 맞추면 끝날 일 같지만 공방은 길어지고 있다. 교육감협 정근식 회장(서울시교육감)은 9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편을 전년 대비 교부금이 늘었느냐 줄었느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대로라면 다툼의 중심은 내년 금액이 아니라 그 금액을 정하는 산식이다.

내국세 20.79% 대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35%

현행 제도는 반세기 넘게 교부금을 내국세에 연동해 왔고, 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에 국세 교육세 일부를 더해 재원으로 삼는다. 세금이 많이 걷히면 교부금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개정안은 이 고리를 끊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을 반영해 키우되 최근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만큼을 곱해 조정한다. 경상성장률이 5%, 학령인구 변화율이 -2%라면 전년도 교부금에 1.05와 0.993을 곱하는 식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도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는 바로 줄지 않으므로 감소분의 35%만 넣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산식대로 계산한 금액이 전년보다 작아지면 국가가 전년도 명목 총액 기준으로 차액을 보전하는 조항도 새로 들어간다. 현행 20.79%를 적용했을 때와 새 산식 금액의 차이는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으로 넘어가며 영유아·고등·평생교육과 우수인재 유치에 쓰도록 하고 다른 계정으로 옮기지 못하게 법에 적는다. 2027년 이 계정에는 4조9,315억 원이 편성됐다. 초·중등 교육 재원이 늘어나는 속도를 학령인구에 묶고, 남는 몫은 다른 교육 투자로 돌린다는 설계다.

학생이 없는 학교 교실의 책상 위에 올려 둔 의자. 교육 재정 기사 자료사진
학교 교실. 자료사진 (Pixabay)

산식이 교육 비용을 따라갈까, 공청회에서 갈린 진단

9월 16일 국회 교육위 공청회에서는 이 산식이 길게 보아 교육 비용을 따라갈 수 있느냐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첫 지적은 기준 지표에 모였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수출 단가 급등 같은 명목 GDP의 이상치가 교육 수요와 무관하게 산식에 오래 반영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런 해에는 물가와 실질성장률로 대체하고, 위기 때는 보전 조항의 적용을 미룰 수 있게 하자는 대안도 냈다.

지표 문제는 곧 인건비 문제로 이어졌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 총장은 장기적으로 교부금 증가율이 인건비 증가율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명목 GDP 대신 내국세 성장률을 쓰고 인건비 증가분을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내국세에 20.79%를 그대로 연동하자는 뜻은 아니고”라고 선을 그었다. 남수경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명목 금액만 지켜서는 실질 재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실질가치 보전, 하한선, 5년 단위 재정계획의 법제화를 주문했다. 교육감협은 인건비 자연증가와 국가사업 같은 필수지출만 3조1,400억 원 이상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학교 현장에서 쓰는 돈의 성격을 짚은 목소리도 있었다. 전은영 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대표는 학교 유지비, 특수교육, 이주배경 학생 지원은 학생 수와 무관하게 드는 돈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입법예고가 4일에 그쳤고 규제영향분석서도 없었다는 절차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한국교총은 8월 교육부에 반대 의견서를 내고 연동 원칙 유지를 요구했다.

반대 일색은 아니었다. 남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분의 35%만 반영하는 설계를 고정비 구조를 고려한 것으로 평가했고, 송 총장도 전년보다 줄지 않게 하는 하방 보장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방은 막았지만 올라가는 속도가 인건비를 따라갈지는 이들 발언에서도 물음으로 남았다.

국감 공방과 남은 절차, 예산부수법안 지정이 변수

10월 7일 국감에서도 같은 논쟁이 정치권 언어로 반복됐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개편 시 내년 시도교육청 재정이 개편하지 않았을 때보다 크게 줄어든다며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개편해도 3조가 늘어난다.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맞섰다. 같은 법안을 두고 감소와 증가가 함께 나온 것도 무엇과 비교하느냐의 차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생 수 감소가 인건비·시설비 감소로 바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행 20.79%를 가정하면 새 산식과 금액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초과 세수를 미래에 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직접 겨냥하는 대상은 17개 시도교육청의 초·중등 재정이고 학부모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법안의 처리 시점은 국회가 이 법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정되면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수 있어 교육감협은 지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회장은 지정과 자동부의를 이유로 교육재정의 미래를 서둘러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정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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