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회 K-Beauty 수출 규제 대응 컨퍼런스(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주최)에서 영국 화장품·세면용품·향수협회(CTPA)의 니코 쇼 누네즈(Nico Shaw Nunez) 규제·지속가능성 디렉터가 영국과 EU의 화장품 규제가 갈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외선 차단 성분 호모살레이트 하나만 봐도 최대 농도가 EU는 얼굴용 7.34%, 영국은 현행 10%로 다르다.
EU는 2022년 11월 10일 위원회 규정 2022/2195로 호모살레이트 한도를 10%에서 낮췄다. 얼굴용 제품(분사형 스프레이 제외)은 7.34%까지만 쓸 수 있다. 근거는 EU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가 2021년 12월 2일 내놓은 자문이다. SCCS는 모든 제품에 0.5%를 쓰면서 얼굴용에 7.34%를 함께 쓰는 조합은 안전역이 100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다.
안전역(MoS)은 독성 기준 노출량이 실제 노출량보다 몇 배 큰지를 뜻한다. 숫자가 클수록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판단은 달랐다. 영국 제품안전표준청(OPSS)은 2022년 4월 내분비계 교란 의심 성분의 자료를 업계에 요청했고, 평가를 맡은 정부 자문기구 SAG-CS는 2025년 3월 의견에서 자외선 차단제에 호모살레이트를 최대 10%까지 써도 안전하다고 결론 냈다. 신체 안에서 성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산하는 PBPK 모델링을 받아들여 안전역 기준을 100에서 25로 낮춘 것이 갈림길이었다. 기준이 100이냐 25냐에 따라 허용 농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현행 화장품 규정은 지금도 10%다.
SCCS는 얼굴용 크림·펌프 스프레이를, SAG-CS는 자외선 차단제를 대상으로 판단했다. SCCS는 종간 안전계수를 포함한 안전역 100을 기준으로 7.34%라는 결론을 냈다.

누네즈 디렉터는 지금까지 영국이 EU보다 늦게 규제 결정을 내리면서 “수동적 분화”가 나타났다고 짚었다. 앞으로는 영국이 규제를 독자적으로 바꾸면서 생기는 “능동적 분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향료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가 한 예다. 영국은 기존 26종을 유지하고 늘릴 계획이 없는데, EU는 표시 대상을 추가하고 있다. 규제가 과학과 위해성 평가에 기반하더라도 각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네즈 디렉터에 따르면 살리실산은 영국이 EU보다 약 1.5~2년 늦게 같은 제한을 적용했다. 가오의 후지이 겐키치 박사는 같은 행사에서 국가 간 차이를 없애는 일보다 공통 과학 근거를 중심에 두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2020년 말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EU 규정을 그대로 따랐다. 지금은 EU 적합이 곧 영국 적합이 아니다. 누네즈 디렉터는 영국의 제품안전규정(GPSR)과 포장·라벨, 디지털 제품정보를 따로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EU 시판용으로 갖춘 서류와 라벨이 영국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EU 책임자 정보만 표시한 제품은 2027년 12월 31일까지 영국에서 팔 수 있고, 2028년부터는 영국 책임자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영국 Trading Standards 공인협회의 사업자 안내서도 EU 책임자의 이름과 주소를 쓸 수 있는 날짜로 같은 2027년 12월 31일을 적고 있다.
2025년 12월 30일 개정된 화장품법은 영업자가 화장품 안전성 평가 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7월 8일 입법예고하고 8월 18일까지 의견을 받았다. 평가 자료는 원료 구성, 독성, 불순물, 사용법, 이상사례 등으로 꾸리고 사용기한 만료일 이후 1년까지 보관한다. 업체 규모와 제품군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 시기 | 연 생산·수입실적 10억 원 이상(또는 개정 후 등록) | 10억 원 미만 |
|---|---|---|
| 2028년 | 기능성화장품(개정 후 심사·보고분) | – |
| 2029년 | 영유아·어린이 화장품 | 영유아·어린이 화장품 |
| 2030년 | 개정 후 최초 제조·수입 화장품 | – |
| 2031년 | 전체 품목 | 전체 품목 |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7월 8일 입법예고 자료
법상 전면 시행은 2031년이지만, 이정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실장은 기능성화장품 비중이 커 대다수 업체에서는 2028년이면 “사실상 전면 시행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실장은 해외와 절차가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외국에서는 주로 열람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특히 소규모 원료사에는 안전성 자료를 확보하는 비용이 부담이라고 봤다. 천연 추출물은 평가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기존 자료를 활용하거나 농도를 조정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출 기업은 상대국 기준을 맞추는 일과 별개로 국내에서 내놓을 평가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평가자 자격은 개정안에 의학·약학·생물학·독성학·향장학 전공자 또는 일정 기간 화장품 안전관리 분야 근무자로 잡혀 있다. 근무 기간은 식약처 고시로 정할 예정이다. 이 실장은 시행규칙이 확정되더라도 고시가 나와야 자격 기준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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