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10월 5일(미국 시간) 발표한 ‘반도체 매출 1조 달러 돌파’는 연간 기록이 아니라 2026년 1~8월 누적치다. SIA는 정확한 누적액을 공개하지 않았고, 8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1,597억 달러(3개월 이동평균)였다. 연간 전망은 기관과 발표 시점에 따라 1.3조~1.6조 달러로 갈린다.
SIA 보도자료의 문장은 연간 반도체 매출이 8월까지 이미 1조 달러를 넘었다는 것이다. 8개월 치를 더한 값이라는 뜻이고, 1년이 끝난 결과는 아직 없다. 월별 수치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집계한 3개월 이동평균이어서 8월 값은 6~8월의 평균이다. 한 달의 급등락이 덜 튀는 대신 최근 변화는 조금 늦게 드러난다.
8월 매출 1,597억 달러는 7월 1,479억 달러보다 8% 많고, 2025년 8월 654억 달러와 비교하면 144.3% 늘었다. 매출은 18개월 연속 증가했다. 144.3%는 8월 한 달(3개월 이동평균)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다. 지역별 전년 동월 대비로는 미주가 180.9%, 중국이 131.3% 늘었다. 기준이 되는 2025년 연간 매출을 WSTS는 7,956억 달러로 집계했는데, 올해는 8월까지의 누적만으로 이 금액을 넘었다.

연간 전망은 발표 시점마다 달랐다. 가트너는 4월 8일 올해 매출을 1조 3,202억 달러(전년 대비 64% 증가)로 내다봤다가 8월 24일 1조 5,552억 달러(92% 증가)로 올렸다. 가트너가 헤드라인에 쓴 1.6조 달러는 이 표 값을 반올림한 것이다. WSTS는 6월 2일 봄 전망에서 1조 5,112억 달러(89.9% 증가)를 제시했다. 가트너 안에서만 보면 4월에서 8월 사이 올해 성장률 전망이 64%에서 92%로 28%포인트 올랐다.
| 발표일 | 기관 | 2026년 전망 | 성격 |
|---|---|---|---|
| 4월 8일 | 가트너 | 1조 3,202억 달러(+64%) | 전망 |
| 6월 2일 | WSTS | 1조 5,112억 달러(+89.9%) | 전망 |
| 8월 6일 | WSTS | 1조 6,550억 달러 | 상반기 실적 기반 계산치(새 전망 아님) |
| 8월 24일 | 가트너 | 1조 5,552억 달러(+92%) | 전망(헤드라인 1.6조) |
| 10월 5일 | SIA | 1조 6,000억 달러 초과 | 전망(산출 기관 미표기) |
자료: 가트너, WSTS, SIA 발표(2026년)
가트너는 공급업체 매출을, WSTS는 회원사 출하 통계를 집계한다. 그래서 같은 2025년 매출도 WSTS는 7,956억 달러, 가트너는 8,090억 달러로 다르다.
SIA의 마이클 로빈스(Michael Robbin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월 보도자료에서 올해 매출이 1조 6,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가 “성장과 혁신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망을 SIA가 직접 산출했는지, 다른 기관의 수치를 옮겼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WSTS의 8월 6일 발표는 상반기 매출 7,020억 달러를 토대로 계산한 값으로, WSTS 스스로 새 전망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전체 전망이 4월 이후 2,350억 달러 오르는 동안 메모리 전망은 6,333억 달러에서 8,373억 달러로 2,040억 달러 올랐다. 올해 메모리 비중은 54%로, 2025년의 27%에서 두 배가 됐다. 가트너는 4월 전망에서 D램 가격이 125%, 낸드 가격이 234% 오를 것으로 봤다.
슈리시 팬트(Shrish Pant) 가트너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8월 보도자료에서 “AI 인프라가 메모리 시장의 역학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같은 보도자료에서 벤 리(Ben Lee) 가트너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가트너는 반도체 매출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6년 36.5%에서 2030년 53%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WSTS의 봄 전망도 같은 방향이다. 메모리가 약 250% 늘어난 8,039억 달러로, 올해 성장의 중심에 놓였다.

메모리만 오른 것은 아니다. 가트너 기준으로 메모리를 뺀 비메모리 매출은 5,890억 달러에서 7,179억 달러로 21.9% 늘고, WSTS 봄 전망에서는 로직이 37% 성장한다. 전체 증가율 92%보다 낮을 뿐 두 갈래 모두 성장세다.
같은 숫자를 두고 업계의 시선은 갈린다. 반도체 장비·소재 업계 단체 SEMI의 조 스토쿠나스(Joe Stockunas) SEMI 아메리카스 회장은 세미콘 웨스트 행사 예고 보도자료에서 올해를 연간 매출 “1조 달러 이정표”에 도달하는 해로 짚었다. 이 보도자료는 1조 달러의 데이터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SIA·WSTS 통계를 인용했는지, SEMI가 따로 집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라지브 라즈풋(Rajeev Rajput) 가트너 시니어 프린서플 애널리스트는 4월 메모리 인플레이션이 비AI 수요를 “없애거나 적어도 2028년으로 미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WSTS는 2027년에도 약 1조 9,000억 달러로 27% 더 늘 것으로 내다봤고, 가트너의 8월 표도 2027년을 1조 9,000억 달러로 적었다.
SIA의 9월분 집계에서 1~9월 누적액이 수치로 나오는지, WSTS의 다음 전망에서 올해 연간 수치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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