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가 10월 8일(현지 시간) 공개한 3분기 잠정 집계에서 세계 PC 출하량은 6,270만 대로 1년 전(7,850만 대)보다 20.1% 줄었다. 줄어든 물량은 1,580만 대다. 데스크톱·노트북·워크스테이션을 90여 개국에서 집계한 수치이며, 전 분기보다도 9.1% 적다. IDC는 이번 수치가 아직 잠정치라고 밝혔다. 지테시 우브라니(Jitesh Ubrani) IDC 소비자 기기 부문 리서치 디렉터는 이번 급감을 “상반기 강한 선구매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감소폭만큼 눈에 띄는 건 계절성이 뒤집혔다는 점이다. IDC에 따르면 PC는 개학 수요가 몰리는 3분기가 2분기보다 많이 팔리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반대였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는 2분기에 이어 두 분기째다. IDC 설명에 따르면 연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벤더와 유통 채널이 재고를 미리 확보하면서 하반기 몫의 수요가 상반기로 당겨졌고, 그 반작용이 3분기에 한꺼번에 나타났다.
IDC는 선구매 외에도 지속되는 공급 제약,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연결된 높은 가격대, 물류 차질, 거시경제 악화를 요인으로 들었다. 우브라니는 채널이 “높은 가격이 수요를 억누르는 시장”에 재고를 너무 많이 안고 갈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충격의 크기는 업체마다 달랐다.
OEM 판매를 판매 브랜드 기준으로 묶은 IDC 업체별 표에서 낙폭이 가장 큰 곳은 HP였다. 출하가 1,030만 대로 30.9% 줄면서 점유율은 19.1%에서 16.5%로 내려앉았다. 델은 760만 대로 25.0% 감소해 점유율이 12.9%에서 12.1%가 됐고, 1위 레노버는 1,490만 대로 22.6% 줄어 24.6%였던 점유율이 23.8%로 빠졌다. 세 회사 점유율을 합치면 4.2%포인트가 떨어졌다. IDC는 이 역시 상반기 선구매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반대편에는 시장 평균(20.1%)보다 덜 줄어든 곳이 있었다. 애플은 590만 대로 11.3% 줄었지만 점유율은 8.5%에서 9.5%로 올랐다. 에이수스는 550만 대, 8.6% 감소에 그쳐 점유율이 7.6%에서 8.7%가 됐다. 상위 5곳 밖의 기타 업체도 14.0% 감소로 평균보다 덜 줄어 점유율이 27.3%에서 29.4%로 높아졌다. 같은 분기 안에서도 업체별 감소율은 8.6%에서 30.9%까지 벌어졌다.
IDC와 Omdia는 집계 범위와 전년 기준치가 달라서 같은 분기인데도 총량이 6,270만 대와 5,810만 대로 460만 대 차이가 난다. 앞서 본 업체별 수치는 IDC 기준이다. Omdia가 10월 9일 내놓은 집계에서 3분기 데스크톱·노트북·워크스테이션 출하는 5,810만 대, 전년 대비 21.2% 감소였다. 데스크톱이 1,170만 대로 23.5%, 노트북이 4,640만 대로 20.6% 줄었다. Omdia 기준으로는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부품값이 얼마나 뛰었는지는 벤 예(Ben Yeh) Omdia 수석 애널리스트의 설명이 구체적이다. 그는 PC 원가에서 DRAM·SSD가 차지하는 비중이 보통 15% 안팎이었는데 40%에 가깝게 커졌고, 이 부품들의 가격은 4배 넘게 뛰었다고 했다.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렸어도 원가 상승분을 다 메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판매 현장의 사정은 이샨 더트(Ishan Dutt) Omdia 리서치 디렉터가 전했다. 상반기 선수요가 시장을 떠받친 뒤라 이번 급감은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직전 실적 시즌에 주요 OEM이 하반기 두 자릿수 물량 감소를 예고했고, 소매업체는 평균판매가격이 두 자릿수 오르고 판매는 줄었다고 보고했다. 더트에 따르면 부품 원가 상승분은 최종 판매가에 완전히 반영됐다. 3분기에 벤더와 ODM은 생산을 줄였고, 채널은 쌓인 재고를 소진하는 중이다.
우브라니는 남은 기간 전망도 밝게 보지 않는다. IDC는 채널이 단기 판촉에 나서더라도 가격이 1년 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본다. 우브라니는 거시경제가 나빠지는 가운데 앞으로 몇 분기는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벤 예는 지금의 감소가 “새 하강 사이클의 시작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슷한 경고는 7개월 전에도 있었다. 란지트 아트왈(Ranjit Atwal) 가트너 시니어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2월 26일 보도자료에서 올해 PC 출하가 2025년보다 10.4% 줄고 PC 가격은 1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자료에서 PC 부품 원가(BOM) 가운데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16%에서 올해 23%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봤다. Omdia의 DRAM·SSD 원가 비중과는 산정 기준과 시점이 다른 수치다. 3분기 실적이 아니라 연초에 내놓은 연간 전망이다.
산업통상부 9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이 시기 DDR5 16Gb 메모리 고정가격은 5월 37.5달러에서 9월 48.0달러로 올랐다. Omdia는 4분기 PC 출하가 전년 동기보다 24%, 2027년에는 연간 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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