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책임과 투자자 손실 규모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로 도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개인 손실 54조 원에는 “비공식 시장 논평”이라며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손실 우려에는 송구하다고 했다.
이날 오간 손실 수치는 하나가 아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56.3조 원, 국민의힘의 54조 원, 위원장이 인용한 금융감독원 집계 약 2.3조 원이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숫자마다 집계 범위가 제각각이라 손실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손실 수치 공방은 도입 책임 공방에서 출발했다. 금융위는 5월 15일 투자자 유의사항 안내문에서 국내외 ETF 사이의 비대칭 규제를 풀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5월 27일부터 상장한다고 밝혔다. 도입 근거는 그보다 앞서 4월 28일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었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시행령 개정은 금융위 소관이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투자가 되는데 국내에서만 왜 막느냐는 의견도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고 했다. 40일의 의견수렴 기간에도 특기할 만한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야당은 결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1월 13일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한 비공개회의에서 사실상 도입이 정해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복수 참석자의 증언이 근거라는 주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 자료상 하반기였던 출시 계획이 3월 18일 회의에서 2분기로 앞당겨졌고 시장영향 평가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선거 일주일 전의 졸속 출시라며 관련 인사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불발됐다. 1월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아 이 주장을 확인할 자료는 아직 없다.
여당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개입 의혹을 “음모론적으로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도입 전부터 홍콩에서 국내 주식을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거래되고 있었으니 규제 차이를 없애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여야가 책임 소재를 정반대로 읽는 셈이다.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난 곳이 손실 규모였다.
씨티 추정은 레버리지 ETF 전체, 금감원 집계는 10개 증권사 매매손실 기준이고 54조 원은 산출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서로 맞대 비교할 수 없다. 출처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수치 | 제시 주체 | 범위 | 근거 상태 |
|---|---|---|---|
| 56.3조 원 |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트레이딩전략 헤드(7월 28일 시장 논평) | 한국 자산 기초 레버리지 ETF 전체 개인 누적 손실 추정 | 비공식 논평 |
| 54조 원 | 국민의힘 | 개인투자자 손실 | 산출 기준 미공개 |
| 약 2.3조 원 | 금감원 집계(이억원 위원장 국감 인용) | 10개 증권사, 8월 14일까지 매매손실 | 집계 정의 미공개 |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씨티의 숫자다. 모하메드 아파바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전략 헤드는 7월 28일 기관투자자에게 낸 시장 논평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이 6월 22일 고점 525억 달러에서 190억 달러로 줄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개인의 누적 손실을 56.3조 원으로 추정했다. 단일종목 상품만 따진 숫자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 전체를 놓고 한 추정이다.
54조 원은 국민의힘이 9월 3일 정무위원 기자회견에서 거론한 뒤 10월 6일과 8일 국감에서 이어간 숫자다. 산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를 공식 보고서가 아니라 트레이딩 부서의 비공식 시장 논평이라고 짚었다. 대상도 단일종목이 아니라 전체 레버리지 상품이라고 했다. 그가 대신 꺼낸 것이 금감원 집계 약 2.3조 원이다. 10개 증권사의 8월 14일까지 매매손실을 모은 값이라는 설명이었다. 실현손실인지 평가손실인지 같은 집계 정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또 다른 각도에서 숫자를 깎았다. 야당의 피해 산정이 부정확하며,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 하락분이 레버리지로 증폭된 것이어서 피해액은 절반 정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절반이 얼마인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손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2조 원대에서 50조 원대까지 벌어진다. 그럼 손실의 출발점인 주가 변동성은 레버리지 상품 탓일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려고 기초자산이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파는 리밸런싱을 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월 30일 보고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출시 전후 주식시장 동향 및 시사점」에서 이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ETF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근거도 담았다. SK하이닉스 변동성이 90%에서 101%로 오르는 동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6%에서 75%로, 마이크론은 85%에서 126%로 올랐다는 것이다. 상승폭은 국내 종목보다 해외 반도체 쪽이 더 컸다. 개인의 역추세 매매가 변동성 확대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실렸다.
이억원 위원장 역시 변동성 확대를 반도체 주가 변동과 국내 증시의 반도체 집중도 등이 겹친 결과로 설명했다. 금융위의 7월 16일 자료를 보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말 34%, 2026년 4월 말 41%, 5월 26일 49%, 7월 15일 52%로 커졌다. 같은 자료에서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일간수익률을 연율화한 변동성은 SK하이닉스 113%, 삼성전자 96%였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구조의 다른 면을 겨눴다. 고빈도매매(HFT) 업체가 장 마감 무렵 리밸런싱 물량을 이용해 이익을 내는데 한국거래소 감독은 부실하다며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변동성의 원인이 ETF 구조인지, 반도체 흐름인지, 거래 방식인지는 이날도 정리되지 않았다.
수치 논란과 별개로 바뀐 규칙은 이미 투자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금융위는 5월 안내문에서부터 위험을 경고했다. 국내 가격제한폭이 ±30%이므로 “이론적으로 하루만에도 최대 60% 손실 가능”하고, 음의 복리 효과 때문에 단기 투자용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투자 요건은 대용증권을 포함한 기본예탁금 1천만 원과 사전교육 2시간이었다.
상장 후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4.4조 원에서 7월 15일 11.9조 원으로 2.7배가 됐고, 거래대금은 10.4조 원에서 13.0조 원으로 늘었다.

금융위는 7월 16일 관계기관 합동 보완방안을 내놨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인버스·커버드콜을 포함한 단일종목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도 금지했다. 기본예탁금은 대용증권을 포함한 1천만 원에서 현금 3천만 원으로 올렸고, 해외 상장 상품도 대상에 넣었다. 매매수량 단위는 1좌에서 20좌로 바꿨다. 심화교육은 1시간 늘려 총 3시간으로 하고 60점에 못 미치면 다시 듣도록 했다. 유동성공급자(LP)의 괴리율 관리 의무는 3%에서 2%로 조였다.
1월 13일 회의 내용과 54조 원의 산식, 금감원 2.3조 원의 집계 정의는 이날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7월 16일 자료에서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 방안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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