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가 둘러진 신축 공동주택 외관. 공사 중인 건물 자료사진

166곳 중 164곳 감액…공사비 검증 안 받아도 제재 없다

국토교통부가 10월 19일부터 공사비 검증 대상인데 검증을 받지 않은 정비사업장 16곳을 특별점검한다.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을 받은 최근 5년 사업장 166곳 중 164곳에서 감액 의견이 나왔지만, 검증을 받지 않아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제재 조항이 없다.

감액 의견에는 구속력이 없다. 이번 점검은 조문상 검증 요건에 해당하는데도 검증을 진행하지 않은 사업장을 겨냥한다.

검증 대상인데 받지 않은 138곳…16곳부터 점검

국토부와 지방정부는 8월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관내 정비사업의 공사비 증액률과 검증 이행 여부를 조사했다. 시공자가 선정된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568곳 가운데 공사비 검증 대상인데 검증을 하지 않은 곳이 138곳이었다. 국토부는 14일 이 결과를 발표했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전수조사 결과 막대그래프. 시공자 선정 568곳, 미검증 138곳, 특별점검 16곳
자료: 국토교통부(2026년 10월 14일 발표). 조사 기간 8월 27일~9월 22일. 단위: 곳

국토부는 공사비를 과도하게 산정하거나 증액하는 사례가 나온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특정 시공사나 조합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 점검 대상 16곳은 지방정부의 신청과 전수조사 결과 분석을 거쳐 골랐다. 1차는 10월 19일부터 30일까지, 2차는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다.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 산출내역과 증액 사유의 적정성을, 지방정부가 법령·조합 규약 위반 여부를, 외부 전문가가 조합 운영과 예산 집행, 계약 절차를 살핀다. 16곳의 명단과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행정지도가 따르고, 횡령·배임·사기 같은 중대한 범죄 혐의가 나오면 수사를 의뢰한다. 점검 대상에 들지 않은 나머지 사업장은 개별 조합에 검증 이행을 요청하는 행정지도를 받는다. 윤영중 국토부 주택정비정책관은 “조합-시공자 간 공사비 분쟁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점검 배경을 밝혔다. 조합원의 피해를 막고 공사비 계약 과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요청하여야 한다’는 조문, 어기면 남는 것은 없다

벽돌 골조와 지붕 목구조가 올라간 공사 중인 건물. 자료사진
공사 중인 건물. 자료사진 (Pixabay)

정비사업에서 공사비가 오르면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 공사비 검증은 시공자가 요구한 증액이 적정한지 제3기관의 의견을 받아보는 장치다. 도시정비법 제29조의2는 시공자와 계약을 맺은 사업시행자가 아래 요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면 정비사업 지원기구에 검증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정해 두었다. 2019년 4월 신설된 조문이며, 검증 방법과 절차, 수수료는 국토부 장관 고시로 정한다.

도시정비법 제29조의2 공사비 검증 요청 요건
요건 기준
조합원 요청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
누적 증액(사업시행계획인가 전 시공자 선정) 당초 계약금액 대비 10% 이상
누적 증액(인가 후 시공자 선정) 당초 계약금액 대비 5% 이상
검증 후 추가 증액 검증 당시 계약금액 대비 3% 이상

증액 비율은 생산자물가상승률분 제외.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하는 규정이 없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9월 이 제도를 두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도”라고 말했다.

검증 받은 166곳 중 164곳 감액 의견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공사비 검증을 받은 166곳 가운데 98.8%인 164곳에서 감액 의견이 나왔다. 시공사의 증액 요구분 중 깎인 금액을 합치면 4조 1,600억 원이다. 증액 요구액의 절반 이상이 깎인 사업장은 10곳이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사업장은 1,076억 원을 요구했다가 668억 원이 줄어 요구액의 약 62%가 깎였다. 경기의 한 사업장은 2,108억 원 중 485억 원만 인정받아 약 77%가 줄었다.

이 건수는 의원실마다 집계 기간이 달라 서로 다르게 나온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9월 공개한 2022년~2026년 8월 집계에서는 179곳 중 177곳이었다. 감액 의견이 곧 공사비가 깎였다는 뜻도 아니다. 시공사가 요구한 증액이 덜 인정됐다는 뜻이어서 검증을 거쳐도 공사비는 오를 수 있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9월 보도)에서 대전 사업장은 검증 뒤 공사비가 평균 52.8% 올랐다. 감액 의견이 실제 계약 금액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태료·인가 요건 반영 제안, 검증 기관 전문성 검토 주문도

복기왕 의원은 정당한 증액은 보장하되 과도한 증액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면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조필규는 2025년 토지공법연구에 실은 논문에서 검증 결과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지자체가 “사업인가 시 공사비 검증 결과를 필수 요건으로 반영”하자고 했다. 김진수 교수는 현재 권고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무상 검증이 가장 필요하고, 그것이 안 되면 미이행 과태료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복기왕 의원은 15일 “정당한 사유 없이 검증을 피할 경우 제재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양 의원은 강제력 없는 검증을 “조합의 돈만 쓰게 하는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제력만이 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9월 구속력 있는 조직으로 갈지 권고 조직으로 갈지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원이 검증을 맡을 만한지도 “전문성이 어느 정도 축적됐는지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별점검 1차는 10월 30일에 끝나고 2차는 11월 20일까지 이어진다. 국토부는 두 차례 점검 결과를 취합해 발표한다. 점검 결과는 해당 조합원에게 제공되고, 위반 사례는 전국 조합에 배포돼 임원 교육자료로 쓰인다.


연관 기사

Login to enjoy full advantages

Please login or subscribe to continue.

✖

Go Premium!

Enjoy the full advantage of the premium access.

✖

Stop following

Unfollow Cancel

✖

Cancel subscription

Are you sure you want to cancel your subscription? You will lose your Premium access and stored playlists.

Go back Confirm cancellation

✖